도제조 안형식
2007. 5. 17. 23:38
북한판 “최국의 별을 쏘다” |
우리 막대 전동차 보더니 죽는구만, 죽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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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식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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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막대 전동차가 판문점을 통과했다. 과거 6,70년대에 서울역을 주름 잡았던 통근열차하고 똑같이 생겼다.
생긴 모양은 아이스께끼의 막대 모양으로 생겨 우리는 그걸 통근열차로 부르지 않고 막대열차로 불렀다. 그게 들어 왔다. 비틀비틀 하면서 쓰러질듯 자빠질듯 위태로운 몰골로 벌벌 기듯 북한의 막대 전동차는 느린 걸음으로 남한에 들어왔다.
금강산역에서 출발했다 했다. 금강산 역에서는 학생들 몇이 나와서 삐쭉삐쭉한 몸짓으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남한 기자들이 들이대는 카메라 세례에 뻘쭘해 했다. 68년에 김일성이 탔던 열차라는 명찰이 붙어 있다. 내연602호이다.
김일성이 탔던 열차에 감히 어떤 넘이 방댕이를 붙일 수 있나. 그래서 감격해 하며 그 열차에 올라타고 비틀거리며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과 조일현 건설교통위원장, 북측의 김용삼 철도상 등 150여명이 탑승했다.
문산역에서는 56년 만에 이룬 기적이니 경사니 하면서 팡파레를 울려댔다. 권호웅 참사 앞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배퉁을 내밀고 어깨는 빳빳하게 세웠으나 부자연스러웠다. 그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듯 어지간히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긴장했던 이재정 장관이 단상에 올랐다. 그리고는 격정적으로 이 사건이야 말로 분단 56년 만에 끊어진 대한민국의 허리를 잇는 작업이며, 통일을 여는 거국적인 역사이며, 평화를 위한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거창하게 말했다.
권호웅은 답변문을 통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양국이 협조와 지원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자고 했다. 5700억 원이나 쏟아 부은 행사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답변이었다. 북으로 가는 남한의 열차에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을 비롯한 150명이 탑승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 막대열차에 못 타서 섭섭하다고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못내 서운해 했다. 청와대에서 커트 했단다.
막 쓰러지는구나 쓰러져. “북한에 간다고 생각하니 떨려요." 노컷뉴스는, 열차 탑승객들 “1회성이라 아쉽지만 감개무량”이라는 제하로 보도를 내보냈다. 꿈만 같은 여정이었다고 감개무량해 했다는 보도이다. 북한에 다녀오면 사람이 변한다. 북한이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벅차고 김정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다 넘어간다. 대체 이게 뭐냐.
흔들흔들 기우뚱 거리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듯 비틀거리며 낑낑 달리던 내연602호의 뒷모습. 과연 우리 세대가 죽기 전에 통일을 볼 수 있을까.
아니 통일이 되면 어쩌나 덜컥 겁부터 나고 가슴이 막막해진다. 통일이 된다면 과연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아찔하기만 하다. 북한의 실체가 가까이 오면 올수록 겁부터 나는 이유는 감당할 수 없는 격차에 있다.
그 격차의 정도는 손을 써 볼 수 있는 정도의 격차가 아니다. 한쪽을 완전히 분해해서 죽이고 다른 한쪽을 살리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지 않고는 해 볼 만한 일이 아니다. 둘다 죽는 수는 있어도 둘 다 사는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과 이재정은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다. 며칠 후, 경공업 자재를 실은 덤프가 북한을 향해 달릴 것이다. 그 자재가 미사일 발사대에 사용되어질 것이라는 염려와 항의가 빗발쳐도 김정일의 수족이 되어 있는 노무현과 이재정에게는 목숨만큼이나 중대한 김정일의 뜻이다.
그래서 요청한 것 외에도 이것저것 알아서 챙겨 보내는 "진심으로 하는" 충성심까지 내포되어 있다. 어느 한 쪽이 죽어야 끝이 날 일이다. 나는 지금 한편의 코메디를 보고 있다. 북한판, “최국의 별을 쏘다”를 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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