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북악의 동트임

도제조 안형식 2015. 12. 31. 20:22

 

북악의 동트임

 

1.

 

북악이 잠들었다.

사대문을 끌어안고

고요히 잠들어 있다

사위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안식에 들었다.

 

동이 터오려느냐

하늘의 기운은 개벽을 알리고

빨간 동트임은

장엄의 서곡을

알리고 있구나

 

지난 밤

기도의 사투를,

혼신을 기울여

폐부에서 쥐어짠

하늘을 향한 발원이 있던 곳.

 

지금

멈출 수 없었던

지난밤의 간구로

온 몸의 세포까지

경직된 채로 새벽을 맞는다.

 

북악이 깨어났다

역사를 달려와 멈춘

시공의 빛이며,

하늘의 손과

하늘의 눈,

모다 깨어나고 있다

 

붉은 비단 휘장을 찢듯

저기에서

동트임이 시작 되는구나

어미의 자궁을 찢고

태어나는 빨간 생명처럼 붉은

 

북악이 입을 연다

그 위로 붉은 해가 걸린다

새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개벽이 시작 된다

내 영혼도 살아난다.

 

2.

 

북악이 빛을 발한다

운무에 가린

거대한 바위의 음영이 드러난다

북악은 벌써 비단 옷으로 갈아입고

새벽이슬로 옥단추를 달았다.

 

새벽이슬은

생명을 머금고 호흡을 토해낸다.

바위 옆 풀잎에 가린

산나리의 입이 방장 열렸다

이슬은 오색을 둘렀다.

 

이슬을 머금은

여남은 산나리의 꽃 봉우리가

입술을 연다

혀를 내민다

이슬이 반짝인다.

 

이슬방울이

두 팔을 벌린 풀잎 위로 떨어진다

대지는 촉촉해지고

시린 내 눈에

붉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새들이 노래한다

내 조국

내 겨레의 대지 위에서

위대한 합창을 시작하고 있다.


이 나라 이 민족 우에 새해의 복을

돋는 해가 힘있게 비췸같이

하늘의 복을 퍼부어 주시기를

축원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