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맛의 변천을 예고했습니다. 제1시대는 저장시대, 제2시대인 현대는 조미시대, 제3시대인 미래는 발효시대로 맛의 변천사를 구분하여 예고했습니다.
밀가루는 발효를 거쳐야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의 면발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빵도 역시 발효를 거쳐야 맛있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밀가루에는 글루텐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단백질 성분입니다. 글루텐 성분을 조직화 할 수 있는 기법이 발효입니다. 발효를 거치면 가루에 불과한 밀가루에서 글루텐 성분이 조직화됩니다. 마치 질긴 힘줄과 같은 조직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어야 면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주 옛날부터 발효를 실생활에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와서 겨우 왜 그런가를 알게 되었으니 참 민망할 노릇입니다. 그런데요. 면발을 뽑아내고 빵을 만들면서도 발효의 위력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발효를 통해야 글루텐이 조직화된다는 사실, 오늘 처음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반죽을 오래 하면 면발이 질겨진다는 정도지요. 반죽을 12시간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는 것과 숙성시키면 반죽이 일어나면서 기포가 생긴다는 정도는 다 알고 있습니다. 빵을 만들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냉장고에 12시간 이상 숙성을 시킨 반죽으로 면발을 뽑아 내려면 기포가 다 사라질 때까지 치대야 합니다. 발로 손으로 무릎으로 치대는 원인이 숙성되면서 생긴 기포를 없애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숙성이란 발효현상을 말합니다. 반죽을 해서 그대로 두면 발효가 일어납니다. 이것을 발효라고 하지 않고 숙성이라고 하는 이유는 발효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치가 숙성되면 익습니다. 발효가 되기 때문입니다. 숙성이란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을 말하고, 발효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발효가 잘 되도록 며칠 동안 상온에 두었다가 냉장고로 넣으면 맛이 좋아집니다. 불고기나 갈비도 양념을 해서 일정시간 발효를 시켜주면 감칠 맛이 나옵니다. 간장게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즉 감칠 맛을 얻기 위해 발효시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채소나 생선 심지어 육고기까지 숙성과정을 거쳐서 먹게 되는데 이것이 발효의 맛을 얻기 위함입니다. 날 것을 발효시키면 감칠 맛이 나옵니다. 생선회도 숙성시간을 두어서 약간 발효시켜 준 선어가 제일 맛있습니다.
토플러가 예고한 발효의 시대입니다. 장류와 장아찌, 술, 식초로 얼마든지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덴마크의 미래학자인 롤프 얀센은 미래는 전통의 시대이며 스토리가 입혀진 전통에 지갑이 열린다고 부자가 되려면 전통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예언했습니다. 전통이란 아무나 흉내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에서도 갑의 위치를 점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에는 선비문화의 스토리가 입혀져 있습니다.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발효음식을 먹으면 장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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