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초를 얻기 위한 기본 조건은 좋은 술에 있다. 좋은 술을 만들어야 좋은 초가 나온다. 삼양주 기법인 어주기법으로 제조된 청주는 도수는 강하나 맛이 깊고 그윽하며 숙취가 없는 최고의 술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신맛이 강해지면서 고주로 간다. 만약 신맛을 없애고 오랫동안 숙성할 수만 있다면 지상 최고의 술이 될 수도 있다. 왕궁에서 사용한 비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서빙고와 동빙고의 역사 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상 어주와 어초는 도제조의 관할 하에 정2품인 제조가 제조상궁을 대동하고 일체의 관리를 맡았다. 도제조는 국사(국가제사)의 제주로서 영의정이나 명망이 높은 과거의 영상 중에서 임명된 최고의 명예직이었다. 그만큼 국가제사인 국사는 대단히 중요했고 종묘사직의 안녕과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마땅히 국가의 국력을 다해 국사를 모셔야 했고 신의 노여움을 받을 수 있는 일체의 부정은 멀리했다. 최고의 음식과 최고의 술은 필수였다. 여기에 동빙고와 서빙고가 등장한다.
1. 동빙고와 서빙고 이야기
서빙고는 지금의 서빙고동 둔지산(屯智山) 기슭 한강 가에 있었다. 고려시대의 관습에 따라 조선 건국초에 설치되었다. 얼음의 채취·보존·츌납을 관장하기 위하여 설치된 관서이다. 여기에는 8개의 저장고가 있었고 총 13만4974정(丁)의 얼음이 저장되었는데, 이는 동빙고(東氷庫)의 12배, 내빙고(內氷庫)의 3배가 넘는 규모였다. 이곳을 관리하던 관원으로는 무록관(無祿官)인 별제(別制) 1인, 별검(別檢) 1인, 서원(書員) 1인, 군사 2인이 배정되어 있었으나, 조선 후기는 서원과 군사가 각기 3인씩으로 증치되었다. 동빙고가 국가 제사용 얼음, 내빙고가 궁중전용 얼음을 저장한 데 비해, 서빙고는 궁중, 문무백관 및 환자나 죄수들에게 나누어줄 얼음까지 저장하였다. 얼음의 저장은 한강이 4치의 두깨로 어는 12월(양력 1월)에 시작되었고, 이듬해 3월부터 빙고를 열고 반출하기 시작하였다. 얼음을 저장하고 반출할 때는 먼저 사한신(司寒神)인 현명씨(玄冥氏)에 대한 제사의식이 있었다. 서빙고의 얼음 저장과 시설 관리를 위해서 연간 쌀 1,000여석의 예산이 소요되었다.
동빙고는 조선시대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설치 운영되었던 얼음창고를 말한다. 예조판서가 제조를 겸하였고 그 밑에 별좌·별제·별검 각 1인을 두었다. 이속(吏屬)으로 서원(書員)·고직(庫直) 각 1인과 군사 2인이 있었다. 그밖에 벌빙군(伐氷軍)·빙부(氷夫)와 같은 노역인원이 있었다. 빙고에서 얼음을 저장할 때는 봉상시의 주관 아래 두모포 앞에서 저자도(楮子島 : 지금의 서울 뚝섬) 사이의 깨끗한 얼음을 두께 4치 이상으로 채빙하였다. 동빙고의 얼음 저장량은 1만244정(丁)이었고, 저장된 얼음은 각 제향(祭享)에 사용되었다. 종묘·사직 이하의 제사일 경우 동빙고에서 얼음을 공급하는데, 그 시기는 음력 3월 1일부터 음력 10월 상강일(霜降日)까지였다. 1396년(태조 5)두모포(豆毛浦 : 지금의 서울 옥수동)에 처음 설치되었고, 1504년(연산군 10) 서빙고 남쪽으로 이전되었다가 1898년에 폐지되었다. 동빙고의 목적은 국가 제사용 얼음 저장이었고 내빙고는 궁중 전용 얼음을 저장하여 각각 따로 사용하였다. (두산백과사전, 동빙고 항목.)
2. 반가의 내당우물
왕궁에서 얼음을 사용하여 어주를 숙성시켜 제사용으로 사용한 반면, 반가에서는 제주를 숙성시키는 우물이 따로 있었다. 이 우물은 내당 안에서 여인들만 사용하는 우물로서 제주를 숙성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음력 정월에 사용되는 제주는 도자기나 항아리에 밀납하여 두레박을 사용하여 우물 아래에 침전시켜 두었다가 음력 섣달에 꺼내 가라앉은 부분 위의 맑은 술을 따라서 제주로 사용했다. 반가에서는 이양주 기법으로 청주를 담갔다.
3. 청주와 어주의 차이
청주는 이양주 기법으로 담근 술을 말하고 어주는 삼양주 기법으로 담근 술을 말한다. 청주나 어주를 저온으로 숙성시켜 얻는 제주는 도수에서 차이가 있다. 청주의 도수는 16도에서 18도이며, 어주의 도수는 18도에서 20도의 도수를 가진다. 막걸리 기법으로 담근 막걸리의 도수는 10도 내외로 차이가 크다.
제주는 1년여의 숙성기간을 거치면서 신맛은 완전히 제거가 되고 깊은 단맛과 그윽한 향이 입혀진 독특한 술이 된다. 독하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독하다. 위스키나 소주가 톡쏘는 독함과 쓴맛이 강한 반면, 제주는 깊게 감기면서 은은히 독하다. 산도를 맞춘 빙초산과 발효식초의 맛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제주는 먹고 난 뒤에 숙취가 없고 깔끔하다. 체온을 2도에서 3도를 상승시켜 주는 효과가 있음으로 저체온증이나 수족냉증의 약으로 사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4. 냉장고
현대에는 냉장고를 사용하여 청주로 제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청주를 담근 후에 맑은 부분을 떠내 냉장고에 1년 이상을 저온숙성시킨 후에 맑은 부분을 떠내면 그게 제주다.
제주는 그 맛과 향 그리고 술을 마시고 난 뒤의 뒤끝까지 맑다. 이런 술은 일본의 사깨나 우리나라의 정종과 완벽히 구분된다. 그래서 "청주와인"으로 부르게 되었다.
청주기법으로 만든 청주와인은 18도 이하의 부드러운 술이며, 어주기법으로 만든 청주와인은 20도 이하의 강하고 부드러운 술이다. 따라서 취향에 따라 초이스해서 마시면 술자리 분위기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유익한 아주 좋은 약술이다.
본원에서는 자격증 과정을 이수하는 수강생들에게 청주와인 기법까지 전수하고 있다. 가장 좋은 초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좋은 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완벽히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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