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 씨앗
하늘 바람을 타고
흘러내린 능금나무 씨앗 하나이
내 심장에 살폿 담겨
싹을 틔웠구나
작은 날의 작고 어여쁜 꿈
하나 둘 나래를 펼 때
가지를 뻗어
잎을 만들어냈구나
잘 자라주렴
기도하는 마음
돌보는 손으로
물을 주고 손길을 주었어
이제 잎이 무성하게 자라났구나
네 몸으로 작은 그늘이 만들어지면
그 때 네 잎사귀에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실연의 아픔이 예리하게 살을 저미는 날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눈이 얹혀 있고
파랗게 질린 몸통에는 겨울이 둘렸다
너도 시리니, 나도 시려
봄,
흰꽃 잎이 바람에 나부끼며
눈꽃이 되어 떨어지는구나
이제는 말하고 싶어
들어주렴
지난겨울 춥고 시렸던 아픔의 이야기들을
긴 겨울을 이겨낸 길고 긴 이야기들을
꽁꽁 감추어 두었던 그 비릿한 이야기들을
지난여름
태풍이 휩쓸어 갔던 그 밤
하늘이 찢기워지고
천둥과 번개가 치던 모진 그날 밤
들려주렴
슬픔의 이야기들을
모진 태풍을 온몸으로 받으며
이겨냈던 그 긴 이야기들을
내 안에 너, 네 안에 나
오랜 세월 마주하며 길고 긴 설움의 이야기이며
기쁨과 환희의 노래를 함께 불렀던
내 영혼아
말없이 들어 줘 고마워
비밀 이야기를 들어 줘 고마워
흘린 눈물을 하나 둘 주워 모아
탐스런 능금을 내어 주니 고마워
한입 가득 베어 문 능금에는
영혼의 열매이며
세월의 열매이며
추억의 열매이며,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