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시 모음

소쩍이 우는 밤

도제조 안형식 2009. 9. 23. 15:00

소쩍이 우는 밤


소쩍이 들고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소.

하늘은 어두침침하고 잿빛구름이 가득 덮고 있는

태풍이 지나간 하늘을 바라보았소.


눈길을 거두어 내리니

시름에 겨워 아침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가여운 이들이 숨을 쉬고 있는 땅이 보이오.


불 꺼진 병원의 창가 아래 벤치에는

설움에 겨워 어깨를 가늘게 떨고 있는

아직은 어린 가난한 어느 어머니가 있더이다. 


하늘하늘 날개를 펼쳐

휘저어 간 소쩍의 자취 아래로

서러움과 슬픔이 들고 나더이다.


이 땅 한 모퉁이에서 한숨이 새어나오는

가슴이 시린 이들을 보오.

저들의 시린 손을 덥혀주는 주머니 난로가 되어 주고 싶소.


손이 시려 호호 불며

구멍 난 장갑을 끼고 성냥을 팔고 있는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을 몽땅 사주고 싶소.


다시는 아픔과 설움이 없는 땅

슬픔과 괴로움이 거둬진 새로운 땅을

새로이 만들어 주소서


빛바랜 고목 알에

소복 솟아나 있는 작은 풀더미 사이로

게우 한 뼘 줄기 새가지가 솟아 나우다.


소쩍이는 그 우에서 

들고 나며

곤댓짓을 하고 있고


살아남아 있는 우덜은 

생의 수레바퀴를 불태우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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