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 가끔 우리는 자주
가끔 우리는 자주
내가 몇 점 짜리인지 묻고 싶어진다.
어느 날 불현듯 묻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내 다시 물어보고 싶어진다.
큰 것도 못되는 아주 작은 것을 해놓고
잘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한다.
찌게의 간을 봐 달라거나
뒤 꼭지에 흰머리가 몇 개나 있냐는 등 속의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자꾸 묻고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또 묻고
그래도 미심쩍은 듯
자신의 입으로 다시 간을 본다.
우리는 가끔 그리고 자주
별 것도 아닌 일로 성을 내고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인데
화를 내거나 토라지거나 한다.
남의 생각이야 어떻든
그 사람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를 생각에
하늘이 노랗든 말든
저 멀리 떨어져 코를 골고 잔다.
가끔 우리는 자주
내 생각과 내 일이 천하보다 귀하고
너는 내 생각에 따라야 하고 내 일을 도와 주어야 할
채무가 있는 사람인양 으르렁거리고 딱딱거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