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시 모음

가끔 우리는 자주

도제조 안형식 2009. 6. 19. 19:41

193. 가끔 우리는 자주


가끔 우리는 자주

내가 몇 점 짜리인지 묻고 싶어진다.

어느 날 불현듯 묻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내 다시 물어보고 싶어진다.


큰 것도 못되는 아주 작은 것을 해놓고

잘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한다.

찌게의 간을 봐 달라거나

뒤 꼭지에 흰머리가 몇 개나 있냐는 등 속의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자꾸 묻고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또 묻고

그래도 미심쩍은 듯

자신의 입으로 다시 간을 본다.


우리는 가끔 그리고 자주

별 것도 아닌 일로 성을 내고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인데

화를 내거나 토라지거나 한다.


남의 생각이야 어떻든

그 사람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를 생각에

하늘이 노랗든 말든

저 멀리 떨어져 코를 골고 잔다.


가끔 우리는 자주

내 생각과 내 일이 천하보다 귀하고

너는 내 생각에 따라야 하고 내 일을 도와 주어야 할

채무가 있는 사람인양 으르렁거리고 딱딱거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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