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장광근 의원
매일 기자들을 설레게 하던 한나라당의 아침회의 '독설 행진'이 2일로 막을 내렸다. '주연 배우' 장광근 사무총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장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3일 사무총장 취임식 순간부터 그 특유의 '독설 행진'을 이어왔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아침회의 때마다 갖은 비유를 동원해 야권에 대한 비난과 독설을 퍼부어왔다.
"노무현 조문 정국이라는 광풍 역시 정 많은 국민들이 또다시 겪는 사변이다." (2009년 6월 3일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취임식)
"(민주당은) 변별력을 상실한 치매 정당의 수준에 와 있다. 코미디 정당이다. 민주당은 초등학교 국어과정부터 다시 배워라." (2009년 6월 26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
"평소 엄마 말 안 듣다가 엄마가 죽은 뒤 울어대는 청개구리의 모습과 민주당 모습이 중첩된다." (2009년 6월 30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대한민국 국회를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추미애 환노위원장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절차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이제 또 50년 헌정사 운운하는 그분의 모습에서 시중에 떠돌고 있는 한국판 여성 돈키호테라는 표현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2009년 7월 3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비정규직법 상임위 상정을 막고 있는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을 겨냥해)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시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DJ) 공격에 앞장서 'DJ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은 그이지만, 사무총장을 맡은 후엔 더 이상 저격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저격수는 적군이 알지 못하는 위치에서 숨죽이고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한 방으로 상대에게 치명타를 날려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강도 높은 어휘를 골라 야권을 공격했지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한 장 사무총장에게 저격수라는 단어가 어울릴 수 없는 것. 대신 자동소총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돌격대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DJ에게 호메이니라고 했다가 '큰 지도자'라고 했다가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잠시 동안 DJ공격수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MB정부에 대한 비판 발언을 쏟아내자 장 사무총장은 "6월 투쟁방향을 정권 타도 투쟁으로 연결시키라는 교시를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고(6월 14일 기자간담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하려다 정부의 제지로 하지 못한 김 전 대통령의 추도사가 언론에 공개됐을 때는 김 전 대통령을 호메이니에 비유하기도 했다.
"'행동하는 양심, 각성하는 시민이 돼야 이길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투쟁 교시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한국판 호메이니'라는 비판이 크게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7월 6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폐렴 증세가 악화돼 위독한 지경에 이르자 '호메이니'는 '큰 지도자'로 바뀌기도 했다.
"정말 우리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룬 큰 지도자로서 국민 속에서 더욱 각인될 수 있도록 빨리 건강을 되찾으셔서 국민 앞에 밝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시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린다." (2009년 8월 11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이후 잠시 주춤하는가 했던 장 사무총장의 독설은 자신이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10·28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 뿐 아니라 충청지역 유권자들을 향한 협박성 발언으로 터져 나왔다.
"이번에도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에 한 석 주지 않으면 충청권은 정말 한나라당의 불모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충청도민들, 증평·진천·괴산·음성 등 4개 군민들이 요구하는 지역발전은 점점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패악무도한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는 불행한 일이다." (2009년 10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10·28재보선과 관련해)
'말 많은 사무총장', 당 대표에 반기 들었다가 당직 개편 1순위로
'말 많은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도 '불편한 존재'였던 모양이다. 일부 당직자들은 그에게 '왕대변인'이라는 별칭을 쓰기도 했다. 전임 안경률 사무총장이 'MB의 의지'를 당 운영에 반영하면서도 공개 회의석상에서는 당무 관련 보고로 자신의 발언을 제한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장 사무총장의 '거침 없는 행보'는 공개 회의에서 당 대표의 제안을 비판하고 나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정몽준 대표최고위원이 4대강 사업 예산 문제로 꼬인 정국을 풀자며 '대통령 + 여야 대표' 3자 회담을 제의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장 사무총장은 "원내대표의 정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어떤 행보도 자제해야 한다"며 정 대표가 손에 쥔 국면전환용 '회심의 카드'를 구겨버렸다.
그러나 장 총장과 정 대표 간의 갈등은 그 이전부터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정 대표는 10·28 재보선 후보 공천 상황에 대해 장 총장의 보고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승계 대표'에다 입당 기간도 짧아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정 대표가 한나라당의 허수아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 총장 교체가 우선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장 사무총장은 2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동안) 정 대표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고 다 내 부덕의 소치로 생각한다"며 "더 이상 내 문제로 당에 걱정 끼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으로 생각해 오늘 사퇴를 결심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에게 박수 받는 '진정한 저격 본능'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장 총장은 지난달 10일 이미 사퇴의사를 밝힐 뻔했다. 장 총장은 그날 한나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하루 전 정 대표로부터 사무총장 교체 의사를 전달받고는 장 총장 스스로 사퇴를 먼저 발표하려 했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한 것.
사무총장 교체에 대한 친이계 핵심 인사들의 반발이 커 정 대표의 당직 개편은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사무총장 교체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 뜻은 관철됐다.
장 총장은 사의를 밝히면서 "이제부터는 평당원으로서 더욱 충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장 사무총장의 독설이 언론을 타는 빈도는 현저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장 총장에게는 대정부질문이나 국정감사 등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좋은 발언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자극적인 어휘와 거침 없는 비유로 상대방에게 총탄세례를 퍼붓는 MB돌격대가 아닌, 결정적인 순간에 탄탄한 논리와 빈틈 없는 증거라는 '단 한 발의 총알'로 부패와 비리를 파헤쳐 국민에게 박수를 받는 진정한 저격수로 거듭나길 바란다. (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2010.02.03 08:57)
저격수로 총대를 매고 악역을 자처 하면서 메스컴의 중심에 서는 국회의원들은 조심해야 할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먼저는 메스컴에 의한 착시 효과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마치 자신의 말에 호응을 하며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것같이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디제이 저격수로 일정한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디제이 소천으로 인해 저격수의 소임이 다했다. 표적을 찾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표적을 찾아 내야 하고 찾아낸 표적은 디제이와 동급이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표적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표현력인데 독설은 내쫓는 말이며 내던지는 말이다. 웬만한 증오심이 없다면 이러한 표현이 나올 수 없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보수성향의 국민을 향하여 독설을 뿜어낸 것도 보수성향자들에 대한 증오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증오심은 김정일을 우상처럼 떠 받드는 것에서 나온 증오심이었다. 증오심으로 뭉쳐져 있는 독설자는 어느 순간이 지나게 되면 양쪽에서 다 외면을 받게 되어 있다. 장 의원이 처지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쉽사리 독설의 마력에 빠져 있는 사람이 표현력을 바꿀 수도 없다. 이는 독설로 인한 스포트의 화려한 맛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안 된다. 그렇다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찬사를 아끼지 않을 위대한 정책을 내놓는 수밖에 없겠는데 장 의원에게서는 그럴만한 정책이 나오지 못했다.
디제이에 버금갈 표적을 찾던지, 위대한 정책을 만들어 내던지 해야 장 의원의 정치생명이 연장 될 수 있겠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만한 호재가 없다는 점에서 그의 길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은 저격수가 아니라 정책가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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