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시 모음

초록색 부활

도제조 안형식 2010. 4. 5. 19:23

긴 겨울잠에서 깬 나목 위에 초록이 덮히고

사흘 잠에서 깬 그리스도의 몸에도 초록이 입히어

긴 겨울 차마의 울부짖음과 군상들의 피곤한 외침을 뒤로 하고

나목 위에 꽃 망울이 슬몃 돋아 나왔다.

 

스올의 음산한 부르짖과 불에 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하며

살아서는 썩은 창질의 고름냄새처럼  더럽고 추악한 몰골로 살다가

죽어서는 죄악의 흔적들이 상처를 벌리며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사망의 부글거림으로

한 번 만을 외치며 비상하는 그리스도의 발목을 움켜 쥐려고 해도 쥐어지지 않는다.

 

살아서는 금빛으로 살다가

죽어서는 초록을 입고

하얀 세마포를 입고 부활하기를 소망한다.

 

용암의 역청처럼 부글거리며 끓어 넘치는 저주에 귀를 막고

썩은 생선의 비린내와 같은 육신의 비린내에 코를 막고

사악하고 누추한 생각을 틀어막고

정하게 살면 초록을 입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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